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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 자료실
  한국의 바윗길을 가다(21) 인수봉 인수A길 / 인수의 역사를 간직한 고전길
  2011-08-12 23:30:00
  1956
  이태호

[김성률 기자] 주말마다 이어지는 비와 무더위 때문에 암벽화에 곰팡이가 슬 무렵 모처럼 등반하기에 좋은 날씨가 찾아왔다. 물론 등반을 완전히 쉬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선인봉 외벽 두 마디를 올랐을 때 운무가 가득 드리워지며 비가 쏟아 부을 태세여서 결국 등반을 포기했고 큰 마음 먹고 간현암장을 찾았을 때에도 비가 오는 바람에 잔뜩 물에 젖은 바위를 매만지다 돌아서고야 말았던 것이다.

하루재를 넘어서는데 태풍 무이파가 올라오고 있어서인지 기온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비둘기샘에서 목을 축이고 수통에 물을 채우면서 오늘 어느 길을 등반할 것인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무래도 날이 무더우니 만만한 바윗길을 가기로 서로 야합(?)을 하고 기자는 2인1조로 이른바 교차선등을 하기로 하였다. 교차선등이란 2인1조의 등반시에 교대로 선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인수 동면으로 올라 오아시스로 선등하는 선등자의 빌레이를 본다. 거침없이 올라가는 선등자를 보니 “이 정도 쯤이야”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오랜만의 등반은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근육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인수A는 오아시스에서 시작된다. 오른쪽으로는 궁형길을 힘들게 올라가는 등반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오른쪽 위로는 의대길의 등반모습도 보인다. 왼쪽으로는 차례대로 영길, 여명길, 우정B, 산천지, 패시, 반트길까지 한눈에 잡힌다.

첫째 마디에서는 빌레이부터 본다. 빤히 바라다 보이는 크랙길이고 난이도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선등자는 역시 거침없이 치고 올라간다. 선등자가 확보를 완료한 뒤 힘차게 출발을 외친다. 오랜만에 만져보는 인수봉 크랙. 홀드가 좋아서 미끄러질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첫째 마디를 등반하는데 의대길의 선등자들이 계속 추락을 먹고 있다. 이날 선등자 세 명이 둘째 마디에서 계속 추락하는 장면을 지켜보게 되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이 찰과상 정도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경험부족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첫째 마디 확보지점까지 별 어려움 없이 진출해서 둘째 마디 루트 파인딩을 해본다. 여지껏 인수A길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하고 온사이트(on sight : 등반에서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길을 사전 연구 없이 선등하는 것)로 선등을 하게 될 줄이야.

둘째 마디 출발지점에서는 이른바 ‘변형길’로 갈수 있다. 이곳에서 좌측의 길로 오르는 길인데 마지막 마디까지 쌍볼트가 4개 있다. 변형길로 가면 다섯 마디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원래의 길도 가보지 않고 어찌 변형길을 갈까, 맨 처음 이 길을 오른 개척자들을 생각하며 처음에 난 길로 출발한다. 둘째 마디는 힘만 믿고 크랙을 뜯으면서 등반을 해서는 어렵다. 스태밍 자세를 잘 취해주는 것이 관건이다. 별로 어렵지 않은 길이라 했는데 중간에 멍텅구리 크랙과 만나는 지점이 있다. 프렌드를 치고 7~8미터는 등반한 것 같은데 추락을 하게 되면 부상을 입게 된다. 불완전한 자세로 크럭스를 통과하니 그제서야 좋은 홀드가 나오는데 누구 말대로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같기도 하고 우리집 안방보다도 더 편한 것 같다.

크럭스 부분을 통과하니 둘째 마디 확보지점까지는 수월하다. 셋째 마디에서는 다시 선등을 넘겨준다. 셋째 마디는 침니구간이다. 우측으로 실크랙이 있고 좌측으로는 슬랩처럼 딛고 서서 때로는 등재밍으로 추락하는 몸을 붙잡아야 한다.

선등자가 출발하는데 역시 셋째 마디가 만만치 않다.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되어 있는 것이 불리하다. 둘째 마디가 키가 큰 사람이 유리하다면 셋째 마디는 오히려 키가 작은 사람이 유리할 듯하다. 역시 등반은 어떤 사람에게 특별히 유리할 것이 없는 것이다. 산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보편타당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셋째 마디를 향해서 후등으로 출발해본다. 역시 낮은 침니에 갇히니 몸이 답답하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좁은 침니에서 몸을 움직여 위로 조금씩 전진하는 수밖에 없다. 어택가방은 등 위의 바위와 접촉해 등재밍을 하기에도 여의치 않다. 결코 쉽지 않게 셋째 마디를 등반하고 마지막 넷째마디를 선등으로 출발한다.

넷째 마디는 큰 어려움 없이 등반할 수 있다, 중간에 넘어야 하는 큰 바위가 있는데 오른쪽이 길인지 왼쪽이 길인지 알 수가 없다. 먼저 오른쪽 길에 프렌드를 치고 오르자하니 여의치기 않아 다시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니 간단하게 오를 수 있다.

넷째 마디 등반이 끝났다. 여기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인수봉. 여기가 바로 영자크랙이다. 교차선등을 마치고 시원한 바람을 즐기고 있는데 손정준 클라이머가 나타나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손정준 씨는 암벽화도 릿지화도 아닌 고소화같은 신발을 신고 영자크랙을 빌레이도 없이 훌쩍 올라선다. 물론 우리같은 암벽초보에게는 위험천만한 일이겠지만 바위의 달인인 그에게는 손바닥을 뒤집는 일만큼 쉬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와는 벌써 인수봉에서 세 번인가 만났지만 등반중이거나 지나치면서 만났기 때문에 정식으로 수인사를 한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는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으리라, 어쨌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산악인들이니까 말이다.

2인1자로 등반했기 때문에 우리에겐 60미터 자일 한 동 뿐이다. 등반로를 따라 30자 하강을 한다. 둘 뿐이니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중간에 30자로 하강하기에는 짧은 구간이 있어 30자 하강시 주의가 필요하다. 하강시 자일이 짧다는 것은 클라이머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다. 아무래도 길이가 짧을 것 같아 방향을 왼쪽으로 틀어 확보하고 다시 자를 내려 다음 단계로 하강한다. 대슬랩을 출발하여 등반을 마치고 오아시스까지 내려오는데 약 3시간 정도가 소요된 것 같다.


인수A길은 인수봉 대슬랩 위 오아시스 오른쪽 위편에 자리 잡고 있다. 모두 네 마디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마디가 좌향크랙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마디는 길이 40미터로 난이도는 5.7이다. 둘째 마디는 길이 20미터에 난이도는 5.7. 셋째 마디는 길이 25미터에 난이도는 5.8. 마지막 넷째 마디는 길이 30미터에 난이도 5.7.

난이도만 놓고 보자면 보잘 것 없을 수도 있다. 최고난이도가 5.8에 불과하니 말이다. 그러나 바윗길에는 정해진 난이도 외에 숨겨진(?) 난이도가 있다. 실내암장이건 외벽이건 볼더링이건 5.8 정도의 난이도라면 클라이머에게는 사실 별것 아닌 난이도이다. 그러나 바윗길에서의 난이도 5.8이란 등반자에게 긴장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선등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단 한 번의 실수가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곧바로 사고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수A길의 역사는 만만치 않다. 1936년도에 박순만 씨와 일본인 오우우치, 오바, 하마노 등이 개척한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1936년도라면 이 땅에 알피니즘의 개념이 정립되기 이전의 시기이니 이 길이 얼마나 오랫동안 인수봉을 지켜왔는지 알 수 있다.

인수A길은 그동안 숱한 클라이머들의 등반모습을 지켜보아왔을 것이다. 그것도 자그마치 77년이라는 긴 세월을 말이다. 귀에 익지 않은 말을 사용하는 이들과 함께 처음 이 길을 오르는 개척자의 모습을 보고는 반가우면서도 아쉬웠을 것이고 일인들이 모두 사라진 다음에는 더욱 가슴 벅차했을 지도 모른다. 자유로운 이 땅에서 열정과 용기를 지닌 젊은 클라이머들이 거친 숨을 내쉬며 이 길을 오를 때에는 함께 기뻐하며 즐겁게 호흡했을 것이며 전쟁통에 아무도 찾지 않을 때에는 못내 클라이머들의 숨소리가 그리웠을 것이다. 첨단의 장비를 차고 오르는 클라이머들을 볼 때는 다소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예전 그들의 선배들이 굳은 우의로 등반을 하던 때를 생각하고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바윗길에서 우정을, 바윗길에서 사랑을 만들어 가는 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는 때로는 원치 않는 사고장면을 지켜보면서 한숨을 쉬었을지도 모른다. 

발달한 과학만큼 ‘신력’도 한층 강화되고 체계적인 훈련 덕에 등반의 기술이 발달한 지금 인수A길은 주로 초급자들이 많이 찾는 바윗길이지만, 그래도 인수A는 인수의 역사를 간직한 귀하고도 멋진 전통의 바윗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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